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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한 일상

통풍에 대한 단상

by MrㅡLee 2021. 7. 19.

1. 2015년 3월로 기억한다.
당시 중국서 다니던 회사에서 나름 중책을 맡아 몇달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하고 무리해 일을 했었다.
그 일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했고, 그만큼 술 자리도 많을 수 밖에 없었다.
나름 한가했던 어느 토요일 저녁, 뭔가 해먹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집 근처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사다 먹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 밤 부터 오른발 엄지발가락 부위를 바늘로 찌르고 칼로 베는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운동도 심하게 한적 없는데, 어쩌다 엄지발가락 부위를 이렇게 심하게 접질렸을까?' 생각하며 냉찜질만 하며 일요일 하루 꼼짝도 못하고 누워만 있다가, 월요일 아침 찾은 병원에서 바람만 스쳐도 아픈 병 '통풍'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2. "통풍을 앓고 있어요." 라고 얘기하면 열명중에 아홉은 "황제병 걸렸네? 고기를 많이 먹어서 그런거야"라고 얘기한다.
그래, 틀린 얘기는 아니다.
통풍은 중세시대 유럽 육식과 와인을 많이 먹은 왕족과 귀족들에게 많이 발병한 병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통풍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신장 기능이 약하거나, 저하되어서 요산을 체외로 배출하지 못해 생기는 병임을 알 수 있다.
고기 많이 먹고, 술 아무리 많이 마셔도 신장이 튼튼한 사람은 통풍에 걸릴 확률이 낮다.
술 한모금 안마시고 건강한 식단으로 식사하며,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통풍에 걸릴 수 있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예로 건강한 연예인의 상징 김종국 씨도 통풍환자인 것 처럼 말이다.
내가 왕처럼 고기만 엄청 잘 챙겨먹어서 통풍에 걸린건 아니라는 말이다.

(통풍은 신장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3. 아내는 내가 평소 고기를 즐겨 먹지 않고, 파와 양파, 마늘, 버섯 등 몸에 좋다는 음식들을 많이 챙겨 먹는데도 통풍에 걸린 건 오로지 술 때문일 거라고 얘기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수긍한다.
중국에서 혼자 자취하던 시절에 물 대신 맥주를 마셨던 날들이 많았다.
왜냐하면, 중국의 맥주값은 생수값이랑 같았고, 오히려 조금 더 저렴하기도 했기 때문에...
한국의 비싼 맥주값을 생각하며 일종의 보상 심리가 작용했던 것일까?
밥을 먹으면서도 맥주 한두병은 꼭 같이 시켜 먹었다.
친구들을 만나면 맥주를 무제한으로 서비스해주는 식당을 찾아 한 짝씩 갖다 놓고 마셨다.
맥주가 통풍의 가장 큰 원인인줄 미리 알았다면, 그때 그런 미련한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차라리 바이주나, 고량주를 더 많이 마셨을텐데... (ㅋㅋㅋ)

(중국에서 지내는 동안 맥주, 참 많이도 마셨다.)


4. 제주도에 와서는 한동안 통풍을 잊고 지냈다.
"역시 사람은 공기좋고 환경 좋은 곳에서 살아야해." 안심했다.
좋은 사람들을 새로 사귀며 함께 고기도 엄청 많이 먹고, 생선회도 엄청 많이 먹고, 술도 엄청 많이 먹었다.
결과는? 누구나 다 예측한 결과이듯, 통풍발작이 지난 7월 초 찾아왔다. 그것도 극심히...
오른발 엄지발가락 위 관절은 축적된 요산결석으로 인해 볼록 튀어나오는 기형이 생겼고, 극심한 통증 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해 절뚝 거리며 며칠을 보냈다.
밤에 자다가도 이불이 아픈 부위를 스치거나 하면 엄청난 통증 때문에 깨기도 했다.
눈물이 핑돌고 후회가 들었다.
그런데, 이제와 후회해봐도 어찌하리오.
그 때 그렇게 통풍에 안심하고, 잘 먹고 잘 마셨던 나를 원망해야지...
중국에서 물대신 맥주를 마셨던 나를 원망해야지...

(오른쪽 엄지 발가락 관절이 툭 튀어나온 것을 볼 수 있다. 후회해도 늦었다오.)


5. 정말이지, 오랜만에 열흘 넘게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있다.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없었느냐, 그것도 아니다.
술자리에서 생수와 사이다로 건배하고, 논알콜 칵테일을 마셨다.
술을 많이 좋아하는 애주가인 내게는 아직도 어렵고 생소한 일이기만 하다.
나름 술 맛을 안다고 생각하기에, 삼겹살을 먹으며 소주를 먹지 못하고, 치킨을 먹으며 맥주 한잔을 함께 즐기지 못한다는 것, 무엇보다도 서로 알딸딸한 상태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을 수 없는게 참으로 괴로운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분간 노력을 해보려한다. 아니, 해야만 한다.

6. 통풍이 있다고 해서 고기와 술과 해산물을 완전히 끊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 대신 몸을 잘 관리하면서 적당히 그런 것들을 즐겨야겠다고 다짐한다.
통풍 치료를 위해 다니는 병원 의사선생님도 통풍에 좋은 음식만 찾아 먹으면 영양실조 걸린다고, 적당히 골고루 먹으며 요산조절제 잘 복용하고, 체중 관리를 하라고 일러주셨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먹고 싶은거 못먹는 그 스트레스가 오히려 나를 더 아프게 병들게 할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매일 신장 기능 회복에 좋다고 해서 아침 공복에 사과식초를 희석시킨 물을 마시고, 하루 세번 적색양파즙을 챙겨 마신다. 하루 한번 요산조절제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고 어렵지만, 차근차근 습관을 만들면 내 신장들이 제 기능을 해주고, 통풍도 조금씩 좋아지지 않을까?
통풍 완치는 없다고 하지만, 발작이 일어나지 않게 끔 노력해 보고자 한다.
통풍, 이겨내고, 극복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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