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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한 일상

추억의 사라다 고로케 (a.k.a. 야채빵)

by MrㅡLee 2022.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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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사라다 고로케’

우리나라의 대기업 베이커리 “뚜***“에서 3,600원에 판매하고 있는 빵이고, 요즘 내가 즐겨먹는 빵이며, 먹을 때마다 한가지 추억이 떠오르는 빵이다.

 

30여년전, 내가 어렸을 때 살던 충북의 한 시골마을 문방구 옆에는 그 빵만 파는 작은 가게가 있었다.

그 빵은 ’야채빵‘이란 이름으로 판매되었고, 가격은 단돈 100원이었다.

 

지금이야 단돈 100원이라고 하지만, 당시에 100원은 결코 작은 돈은 아니었다. 100원이면 오락실에서 더블드래곤 두 판을 할 수 있었고, 과자를 한봉지 사먹을 수 있었다. 당시 매일 엄마께 백원만 주세요, 백원만 주세요 하고 졸랐기 때문에 내 별명은 이백원 이었던 적도 있었다. (ㅡ,.ㅡ;;)

 

아무튼, 기억을 더듬어 당시 야채빵과 지금 판매되는 사라다 고로케를 비교해보면 야채빵 크기는 3분의 1정도로 작았고, 안에 내용물도 햄 슬라이스가 빠져 말 그대로 양배추, 오이, 당근만 들어있는 야채빵이었다. 그런데 기름에 튀긴 빵안에 아삭거리는 야채와 새콥한 케찹, 고소한 마요네즈가 환상의 콤비네이션을 이루던 당시 마을의 어린 학생들에게 최고의 간식거리 중 하나였다. 햄버거 가게가 없던 시골마을에서는 야채빵이 햄버거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오락실도 가야했고, 문방구에서 뽑기도 해야했기 때문에 주머니에 야채빵을 사먹을 100원이 남아나질 않았다. 군침만 흘리며 야채빵 가게를 지나치는 날들이 많았고, 엄마를 졸라 추가 용돈 100원을 받아 야채빵을 한개 사먹는 날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다가 "나는 나중에 커서 돈 많이 벌면 매일 매일 야채빵을 사먹을거야."라고 가족들 앞에서 소박한 다짐을 공표했다.

밥 먹을 때는 다른 음식 얘기하는 거 아니다, 밥 먹으면서 떠드는거 아니다, 핀잔 주시는 엄마의 말을 끊고, 아빠께서 야채빵이 도대체 무어냐고 물으셨다.

내 대답을 들은 아빠는 아무말도 없이 그저 묵묵히 숟가락을 드실 뿐이었다.

 

다음날 오후, 아빠가 나를 불러 무려 천원짜리 한장을 주시면서 야채빵을 열개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시는 것이었다.

‘야채빵을, 열개나?’

나는 아빠가 주신 천원을 손에 꼭 쥐고 괜히 의기양양하게 야채빵 가게로 향했고, 문방구와 야채빵 가게 주위에 있는 아이들을 향해 거만한 눈빛으로 얘기했다.

‘이 녀석들아, 길을 비켜라. 나는 그토록 맛있는 야채빵을 열개나 살 몸이시다!’

야채빵 가게에서 튀긴 빵에 양배추와 오이 당근 슬라이스를 담고 있는 주인 아주머니께 큰 소리로 외쳤다.

”아줌마, 야채빵 열개 주세요. 아빠가 열개 사오래요.“

손님의 대부분이 어린 학생들이었고, 한개씩 사가는 손님들이 많았기 때문에 주인 아주머니도 적잖이 놀란 듯, 기쁜 표정으로 까만 봉다리에 야채빵을 열개 담아 주셨다.

 

재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 마당에 나와 계시던 아빠께 야채빵이 담긴 봉지를 내밀었다.

아빠는 빨리 다녀왔다고 칭찬해 주시며 야채빵을 꺼내 주셨고, 나는 아빠와 나란히 앉아서 야채빵을 먹었었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가물가물하지만 아빠와 함께 야채빵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래서일까?

야채빵을 먹으면 아빠 생각이 난다.

무뚝뚝하지만 아들이 좋아한다는 야채빵을 실컷 먹이고 싶던 마음이 느껴진달까?

야채빵을 매개로 내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싶으셨던 것은 아닐까?

아마 그 때와 똑 같은 맛은 아니지만, 먹을 때마다 어린 날 아빠와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야채빵을 맛보며 끄적거려 본다.

 

(tmi. 아마 내가 야채빵 세개째를 먹을 때쯤 야채빵 봉다리는 텅 비었던 것 같다... 😮ㅎㅎㅎ... 아부지... 야채빵 일곱개 드시던 속도가 마치 쯔양 같으셨어유... 아부지도 맛있으셨었나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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